[카일의 수다#780] 익숙해진다는 것의 슬픔

고통은 언제나 낯설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했다 해도, 새로운 고통 앞에서는 매번 처음처럼 당황하게 된다.
통증은 예측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기에 더 고통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통은 반복될수록 그 강도를 잃는다.
한 번의 아픔이 너무 커서 모든 것을 무너뜨리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아픔조차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통증이 사라진 게 아니라, 느끼는 방식이 변한 것이다.
이 변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예전에는 작은 상처에도 크게 흔들리고, 사소한 일에도 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웬만한 아픔에는 감정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 무뎌짐이 성숙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는 분명 ‘잃어버린 감정의 온도’가 있다.
그럼에도 나이 듦의 좋은 점은,
고통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고통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어떤 형태로 나를 통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라질지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그 관찰은 때로 치유보다 깊은 통찰을 남긴다.
결국,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다.
그 지나감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변하고,
그 변화를 알아차릴 만큼의 거리를 얻게 된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
고통을 견디는 일이 아니라
그 고통을 이해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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