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56]인사가 제천이라지만, 사람 관리 어렵다
“사람을 얻는 일은 복을 얻는 일이다.”
살면서 그렇게 못 된 사람들은 만나지 않았다고 (물론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기에, 혹은 시간의 약으로 기억이 희미해졌는지 모르겠으나)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참 사람 수난 시대 같습니다.
회사는 시스템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그 시스템을 이끌어 가는 건 사람이기에, 결국 모든 일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사람 덕분에 일이 잘 풀리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모든 게 무너지기도 하니까요.
한국 직원과의 여러가지 일들도 많지만 현지 직원들과의 업무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나마 제일 오래 같이 일했던 직원이 자꾸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내니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그 와중에 지난 주부로 직원 하나가 퇴사를 했고, 그 일을 받아서 하는 직원은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6개월 이상을 같은 팀에서 일했는데, 이렇게까지 업무의 흐름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는게 참 충격입니다.
그나마도, 그 친구가 또 퇴사하겠다고 하네요.
말레이시아는 통상 1개월 전 통보를 해야 퇴사를 하거나 해고를 할 수가 있는데, (해고는 좀 별개의 얘기지만) 저희랑 의논도 없습니다.
그냥 퇴사 의사를 밝히는 날부터 그게 유효합니다.
우리 나라도 그런 것 같지만, 말레이시아는 노동법이 노동자를 참 많이 보호해 주는 느낌입니다.
이 모든 일이 하필 프로젝트 마무리 시점에 겹쳐 터지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쳐갑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꾸 되묻게 됩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어떻게 했으면 달라졌을까?”
하지만 곧 깨닫습니다.
제가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제 손을 떠난 일들도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윗분 눈치 보랴, 아랫사람 챙기랴…”
예전에는 그저 웃으며 넘겼던 말이었는데, 요즘 들어 그 깊이가 실감납니다.
위에서는 결과를 원하시고, 아래에서는 이해와 배려를 기대합니다.
그 사이에서 저라는 사람은 조금씩 닳아가는 느낌입니다.
하루는 결심합니다.
“그래도 사람이 먼저지. 진심을 다해 챙기자.”
그리고 또 하루는 좌절하게 됩니다.
“진심을 다해도, 결국 떠날 사람은 떠나더라…”
“인사는 제천(人事는 制天)”
사람의 일은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지요.
참 많이 와닿는 말입니다.
그 뜻을 받아들이자니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 같고, 무시하자니 또 매일 부딪쳐야 하는 현실이 버겁기만 합니다.
요즘 저의 하루는 감정의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느낌입니다.
어느 순간엔 괜찮다가도, 문득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제가 혼자 겪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무게를 감당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남아 있으면,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조금은, 아니 많이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텨보려 합니다.
오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