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905] 공유기는 있는데 인터넷이 안 된다. 일본 택배의 함정

일본에 와서 생활하면서 의외로 신기하면서도 불편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택배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는 택배가 오면 집 앞에 툭 놓고 가는 게 너무 익숙하다. 사람이 없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중에 문 앞에 가서 가져오면 된다.
그런데 일본은 전통적으로 조금 다르다. 사람이 없으면 「不在票(부재표)」를 남기고 재배송을 신청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직접 대면해서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 일본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는 집 앞에 놓고 가는 「置き配」나 아파트의 「宅配ボックス」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만큼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택배 하나를 놓쳤다.
문제는 그게 인터넷 연결에 필요한 기기였다는 것.
공유기는 도착했는데 연결해야 할 다른 기기가 오지 않아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인터넷 회사와 통화해 배송 완료까지 확인했지만, 부재표도 없고(아마 다른 우편물과 함께 내가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택배박스에 들어간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고 있다.
관리소에 확인해봐야 하는데 하필 지금은 お盆 기간이라 연락도 안 된다.
거기에 회사 법인카드도 무슨 문제인지 계속 발급이 지연되고 있다.
덕분에 요즘은 매일 귀가하면 우편함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혹시라도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런데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집 앞에 택배를 그냥 두고 가도 아무렇지 않고, 며칠 지나도 물건이 그대로 있는 한국이 특이한 걸까? 아니면 직접 전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본이 더 자연스러운 걸까?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는 각 나라의 생활환경과 문화가 만들어낸 차이겠지만, 해외에 살아보니 평소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국의 일상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일본 생활은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 이것도 한국과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 한국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