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69] 스위스 여행 17 그린델발트, 구름과 산 사이의 고요한 시간
그린델발트의 북벽 아래에서 보낸 며칠은 마치 꿈같았다. 매일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 드러나는 거대한 아이거 북벽(Eiger North Face)의 실루엣은 언제 봐도 감탄을 자아냈다. 해질 무렵 붉은빛으로 물드는 바위 절벽과 초록빛으로 빛나는 초원, 그리고 고요하게 자리한 샬레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린델발트(Grindelwald)는 스위스 베른 고원의 작은 마을이지만, 알프스 여행의 중심지로 손꼽힌다.
아이거, 뵈터호른, 쉑호른 등 이름만 들어도 웅장한 산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장관이 펼쳐진다. 여름엔 하이킹과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여행자들로, 겨울엔 스키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북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조용한 저녁 시간만큼은 그 어떤 시즌보다 평화롭고 깊이 있다.
이곳에서 마주한 자연은 단순히 ‘풍경’이 아니라, 하루의 피로를 덜어주는 위로였다. 낮에는 햇살 아래 푸른 언덕을 걸으며 산의 숨결을 느끼고, 밤에는 창가에 앉아 구름 사이로 빛나는 별을 보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린델발트의 하루는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깊게 흘러간다.
<이 글과 사진들은 25년 7월 4일부터 16일 약 2주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했던 꿈같은 스위스 여행을 기반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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