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55]스위스 여행 8 루체른 빈사의 사자상, 알고 보니 더 슬픈 이야기
루체른 여행길에 들른 빈사의 사자상(Löwendenkmal) 은 처음엔 그냥 “웅장한 사자 조각상이구나” 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었어요. 절벽을 파내어 만든 커다란 사자가 창에 찔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은 사실적이면서도 묘하게 쓸쓸한 기운을 풍기더군요. 의미를 모르고 본다면 그저 평범한 동물 조각상 같았지만, 역사를 알고 나니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이 조각상은 1792년 프랑스 혁명 때, 파리 튈르리 궁전을 지키던 스위스 근위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요. 고국에서 멀리 떨어져 남의 나라 왕을 위해 싸우다 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루체른 시민들이 기념비를 세운 것이지요. 사자는 끝까지 방패를 지켜내려는 듯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는데, 그 모습에서 단순한 ‘충성심’보다도 고국에 남아 있을 가족과 후손들을 위해 자신들을 희생했던 병사들의 위대함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여행 중 기념비를 본다고 해서 특별한 감정이 드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곳은 달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슬픈 돌조각’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더군요. 그저 돌 속에 새겨진 사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고, 평화로운 루체른의 오늘과 대비되며 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만약 루체른을 여행한다면 이곳을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관광지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마음으로 느껴볼 수 있는 장소이니까요.
0
0
0.000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