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51] 니아 동굴(Niah Cave), 신비와 삶이 공존하는 공간

니아 동굴은 한눈에 보면 신비롭고 웅장한 자연의 선물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현실적인 삶의 터전이자 생계를 이어가는 현장입니다. 보르네오 사라왁 지역의 니아 동굴은 고고학적으로는 선사시대 인류의 흔적이 발견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현지인들의 삶 속에서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제비집 채집의 중심지이자,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생업의 무대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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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현지 부족들이 대나무 사다리나 나무줄을 엮어 만든 간이 구조물을 사용해 동굴 벽과 천장 깊숙한 곳까지 올라가 제비집을 채취했습니다. 안전장치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수십 미터 절벽을 오르내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노동이었지요. 제비집은 귀한 보양식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높은 값을 쳤기 때문에, 그 위험을 감수할 만한 경제적 가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수익은 전적으로 채집자 개인에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부족 공동체 안에서 일정 부분은 공유되거나, 동굴 소유권을 가진 집단이나 관리자가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가 이어져 왔습니다. 말 그대로 개인의 노동이면서도 동시에 공동체의 자산이었던 셈입니다.

현재는 과거와 비교해 제도적 관리와 정부의 규제가 생겨 무분별한 채집을 막고, 일정 시기와 장소에만 제비집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채집에 필요한 도구나 장비도 조금 더 현대화되었지만, 여전히 높은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대신 관광업이 발달하면서 니아 동굴 자체가 역사적, 자연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가이드나 상업 활동으로 소득을 얻는 비중도 커졌습니다.

결국 니아 동굴은 어떤 이에게는 고대의 유산과 신비로운 여행지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여전히 삶을 이어가는 현장이 됩니다. 한쪽에서는 과거의 치열한 생계 방식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자연이 곧 삶의 터전”이라는 진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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