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48]스위스 여행 6 장크트 갈렌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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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크트 갈렌 수도원(Abbey of Saint Gall)은 스위스 동부의 도시 장크트 갈렌에 위치한, 유럽 수도원 건축의 정수라 불리는 유서 깊은 유산이라고 합니다. 이 수도원은 8세기에 아일랜드 출신 수도사 성 갈로(Saint Gall)가 세운 작은 은둔처에서 시작되어, 중세 시대에는 유럽 학문과 신앙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현재의 수도원 건물은 주로 18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이며, 이와 함께 자리한 장크트 갈렌 대성당은 오늘날까지 그 장엄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직접 마주한 수도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길게 뻗은 입면, 높고 둥근 쌍탑, 정면의 대칭미는 보는 이를 압도하며, 도심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그 존재감은 다른 건축물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특히 외벽 위에 놓인 조각상들과 그 위에 빛나는 금색 십자가는 마치 하늘과 연결되는 듯한 상징성을 더해주었고, 신성한 분위기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섬세하게 조각된 성인상과 조화로운 건축 선을 사진으로 다 담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성당 앞 광장에서 플리 마켓, 야외 음악회,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등이 함께 열리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관광객인 저에겐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백 년 된 유적지 앞에서 현대의 지역 주민들이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시간의 층이 겹쳐진 공간 속에 있는 듯한,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 경건함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장크트 갈렌 수도원, 그 고요함 속의 생동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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