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38]스위스 여행 3 절벽 위에 숨겨진 쉼터, 아에슈(Aescher)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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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처음엔, 그저 산을 오르던 순례자들이 잠시 숨을 돌리던 쉼터였다고 해요.
스위스 에벤알프(Ebenalp) 산 절벽에 꼭 붙은 듯 자리한 아에슈 산장(Aescher-Wildkirchli). 사진으로 보기 전까진, 절벽 위에 진짜 이런 산장이 있다고 믿기 어려웠던 곳이죠.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 짧은 산책과 동굴 길을 지나 도착하면, 그 풍경 앞에 발걸음이 멈춥니다.
그저 멈춰서 바라보게 되는 순간.
절벽 아래 펼쳐진 초록 계곡과 구름 사이로 스치는 바람, 그리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기대 선 산장 하나. 이 조합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깊었어요.

아에슈 산장은 1700년대 중반, 인근 동굴 교회(Wildkirchli)를 찾는 순례자와 산악인들을 위한 숙소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그 동굴에서는 선사시대 인류의 흔적까지 발견되었다니, 이 작은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이 가죠.

지금은 산장을 리모델링해 카페 겸 숙소로 운영 중인데, 절벽 끝에서 식사를 즐기거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경험은 세계 어디서도 흔치 않다고 해요.
생각보다 단순하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그게 또 이 산장만의 매력이더라고요.

언제나 바쁘게만 달리는 여행 중, 이렇게 그저 멈춰서 바라보게 되는 곳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 같아요. 아에슈 산장, 스위스를 여행하신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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