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19]사람들의 방문이 빙하에게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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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몽땅베르(Montenvers)에서 Mer de Glace 빙하 보신 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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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땅베르(Montenvers)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Mer de Glace(메르 드 글라스), 즉 ‘얼음의 바다’라는 이름의 빙하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요.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고산 관광지 중 하나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해요.

처음 보는 빙하가 개인적으로 신기하기도 했지만,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소식은 늘 접하고 있어서 이렇게 와도 되는건가라는 의문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다행히 일부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직접 빙하를 보면 ‘와 멋지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후퇴했는지, 그 뒤에 있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체감하게 되죠, 저처럼요.
몽땅베르에는 이런 걸 설명해주는 전시관도 있고, 안내문도 많아서 그냥 관광이 아니라 환경 교육의 장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느낌이였어요.
또, 입장료나 교통 수익이 지역 내 빙하 박물관 운영, 케이블카 관리, 기후 연구 자금으로 사용된다고 해요. 이런 수익 없이는 빙하 관측이나 장비 유지도 어렵겠죠.

하지만 부작용도 분명한 것 같긴 해요.
우선 우리가 그곳까지 가는 데 쓰는 교통수단의 탄소 배출, 결국 그게 빙하를 녹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죠.
그리고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자연 훼손도 생깁니다.
예를 들면 빙하로 가는 산책로, 화장실, 전망대 같은 인프라가 늘어날수록 주변 자연에 손을 대야 하니까요.
실제로 조금만 걸어가도 볼 수 있었던 빙하가 점점 낮아지자, 케이블카도 새로 설치했대요.
기존의 빙하굴도 무너져서 새롭게 뚫은 것 같구요.

또 하나 우려되는 건, 빙하를 ‘멋진 관광 상품’처럼 소비하는 태도예요. “사라지기 전에 빨리 보러 가자”는 식이면 결국 기후위기를 ‘콘텐츠화’하는 셈이죠.
(자연을 잘 활용하는 것인지 소모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은 늘 공존하네요.
몽땅베르 방문이 반드시 빙하에 해롭다거나, 꼭 이롭다고만 볼 순 없지만, “어떻게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지구가 더 더워지는 요즘, 나부터 지구를 살리자? 일까요? 사라지기 전에 더 즐기자? 어느 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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