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28] 참을 인이 아니라 버틸 人입니다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옛말이 요즘은 “참을 인 세 번이면 퇴사도 면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은 요즘입니다.
개념 없는 동료들의 무책임한 태도, 숫자만 들이밀며 몰아붙이는 상사,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후배들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삼키며 ‘인’ 자를 가슴속에 세 번, 아니 수십 번은 그려봅니다.
어느덧 저희는 ‘샌드위치 세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위로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아래로는 후배들 기 죽이지 않으려 애쓰며, 중간에서 늘 균형을 맞춰야 하니까요.
나 하나 감정 터뜨리는 순간 조직 전체 분위기가 흐트러질까 조심, 또 조심. 누구 하나 내 편은 없는데, 모두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참 쉽지 않다는 걸 새삼 실감합니다.
맘껏 윗사람을 탓할 수도 없고, 아랫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도 애매한 이 중간자의 위치에서 '웃는 얼굴로 버텨야 한다'는 조언은 넘치지만, 그 웃음을 매일같이 연기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그렇게 가면을 쓰는 연기에 능숙하지 못한 저는 하루하루가 벅차고, 때론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했고, 크고 작은 ‘욱’의 순간들을 잘 넘겨냈습니다.
퇴근길 후,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이 낯설 만큼 지쳐 있는 걸 보면서도 내일 아침엔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길에 오를 제 모습을 떠올립니다.
명확한 이유도 없는 책임감,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감당하는 하루하루. 이 하루가 훗날 제 인생의 어딘가에서는 “그래도 잘 버텼다”고 말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어주길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주신 나 자신에게,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버티고 계신 모든 분들께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오늘도 정말 잘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