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88]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버티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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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그냥 하루하루가 마음을 조금씩 끌어내리는 느낌이다.

우리는 잘못이 없어도 ‘죄송합니다’를 먼저 꺼내고, 그 말 한마디가 오히려 상대의 기세를 더 올려 화풀이의 대상이 되기도 하던 삶. (진상 민원인들)
그럼에도 그렇게 살아왔던 건 살아남으려면 치열해야만 하는 나라였기 때문이겠지.

말레이시아에 와서 그런 한국식 감정은 잘 통하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모르면 그냥 “몰라”, 자기 일이 아니면 “내가 왜?”라는 표정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간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은 가끔 그런 태도가 부러울 때도 있다.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는, 삶이 나를 몰아붙이지 않는 듯한 여유.

그래도 우리는,
나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왔고 포기하지 않는 법만큼은 누구보다 잘 배워버린 민족.
그 치열함이 DNA처럼 박혀 이곳에서도 여전히 나는 더 잘하려 하고, 더 책임지려 하고, 더 신경 쓰다 지쳐버린다.

오늘 또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이렇게 넋두리를 남기지만, 그래도 나는 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걸.
방심하면 큰 코 다치는 것도, 작은 일 하나가 나비효과가 되어 모든 순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도 이미 너무 많이 겪어버렸으니까.
이 또한 내가 방심한 어느 순간의 나비효과겠지.

그래서 오늘도,
답답해도 버티고,
서운해도 다시 일어나고,
포기하고 싶어도 내일을 향해 걸어간다.

그게 한국인이고,
그게 결국 나니까.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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