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794] 스위스 여행 30 융프라우요흐, ‘유럽의 정상’에서 잠깐 머무른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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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단숨에 올라간 융프라우요흐. 해발 3,571m라니 수치만 보면 숨이 턱 막힐 것 같은데, 의외로 바로 닿아버리는 풍경 속에서는 ‘높다’는 현실감이 잘 오지 않았다. 대신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한겨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바람과 눈이 반겨주면서 여기가 정말 알프스 한복판이구나, 실감이 났다.

정상 전망대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북적임마저도 설경 속에서는 풍경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했고, 커다란 배낭과 장비를 챙긴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나는 그저 잠깐 머물다 가는 여행자일 뿐이지만, 이곳을 삶의 일부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융프라우요흐는 인터라켄에서 기차와 케이블카를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 여정조차 여행의 일부로 느껴지는 곳이다. “TOP OF EUROPE”라는 간판 아래 서서 끝없이 펼쳐진 설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감각도 사라지고 마음만은 비현실적인 세계에 잠깐 발을 들여놓은 듯했다.

짧은 머무름이었지만 충분히 특별했다. 너무 높아서가 아니라, 너무 가까운 곳에서 이 압도적인 자연을 마주했다는 사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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